📌 밤
밤만큼 감성적인 시간대도 없다.
밤은 창밖의 모든 소음이 고요해지고 빛이 사라지는 무(無)의 상태이다.
외부의 자극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나는 종종 감성적인 밤에 빌 에반스의 재즈를 곁들이곤 한다.
재즈나 피아노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적어도 빌 에반스의 재즈는 나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음악이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자면, 약 오후 9시, 고급 호텔의 고층에 자리 잡은 호텔 바에서 시원하게 뚫린 창문 밖, 도시의 불빛이 찬란 거리는 야경을 보며 위스키를 마시는 상상을 하게 된다.
물론 오늘은 호텔과 야경은 없지만, 먹다 남은 위스키를 따라서 홀짝거리며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이렇게 한껏 분위기를 낸다면, 적어도 오늘의 밤만큼은 내 자취방이 호텔이며 내 기분은 그 어떤 고층 빌딩보다 높다.
밤과 감성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마치 위스키가 캐스크 안에서 깊게 숙성되듯이.
깊어진 밤은 광범위하게 놀라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새로운 꿈을 꾸게 하기도 하고, 재미난 발상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며,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해준다.
밤은 어둠으로서 제3의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이다. 눈먼 장님이 눈이 멀지 않은 사람들보다 청각과 촉각이 예민한 것처럼.
빛은 사라지지만 역설적으로 더 많은 것을 보게 해준다.
나에게 밤은 그런 존재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권한다.
오늘 밤은 빌 에반스의 재즈를 들으며 밤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