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
예전(불과 이 주제를 독서모임에 추천했었던 3개월 전까지만 해도)에는 많은 것을 믿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진리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모두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그 무언가가 존재할까?
세상은 너무나 넓고 사람은 모두가 다르다.
모두를 충족하는 진리 혹은 ‘그 무언가’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 속에서 데카르트가 제시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철학적 사유는 큰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그저 엄청난 뜻이 있는 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데카르트는 우주가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나의 존재가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생각하는 행위’를 통해 나의 존재만큼은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준 명언이 아닌가 싶다.
나의 존재를 믿을 수 있는 것, 나아가 나를 믿는 것은 또 다른 믿음을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믿음은 나를 온전히 믿으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가 인식하는 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나고, 그런 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믿을 수 있다.
이것을 확장하면 나의 말과 행동 또한 그 말과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 믿음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믿음에서 나온 말과 행동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믿음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연쇄적인 믿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나’보다 더 가치있는 믿음이 있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나의 인식과 존재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창조주에게 프로그래밍된 오토마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삶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나를 믿는다.
무엇 하나 쉽게 믿을 수 없는 불신이라는 암흑 속에서 지금 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나’라는 촛불을 켜본다.
나는 나를 믿는다.
내가 내린 선택과 행동이 틀릴 수는 있어도 나는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그리고 이유 없이 태어난 삶 속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믿는다.